하루 1시간의 디지털 쉼, 그 조그만 실천이 예상보다 훨씬 큰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앞으로도 나는 이 시간을 지켜가려고 한다. 디지털 없는 시간이야말로, 나 자신에게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없음’의 시간, 처음엔 낯설었다
하루 중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심코 휴대폰을 확인하고, 출근길에 이어폰으로 유튜브를 틀고, 일과 중에도 틈날 때마다 SNS 알림을 살핀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머리는 잔뜩 피곤한데 제대로 집중한 기억은 거의 없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삶의 흐름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디지털 무(無)’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디지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보내보자는 작은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한 시간쯤 안 본다고 내가 달라질까? 하지만 동시에, 고작 한 시간조차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게 바로 내가 실천을 시작한 이유였다. 매일 밤 9시부터 10시까지, 휴대폰과 노트북, TV를 전부 끄고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처음 며칠은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렀고, 손이 심심해서 괜히 뭔가를 만지작거리게 되었다. 불편했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자 그 시간이 이상하게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기기 없이 보내는 시간 속에서 회복되었다
디지털 기기 없이 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것들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기도 하고, 노트를 꺼내 짧은 글을 쓰기도 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기도 했다. 처음엔 무료함이 크게 다가왔지만, 점차 그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하루의 끝에 그렇게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 그날 있었던 일들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고,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도 자연스럽게 돌아볼 수 있었다. 이 시간을 통해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불안감의 감소’였다. 늘 무언가를 확인해야 할 것 같고, 놓치고 있는 정보가 있을까 봐 조급했던 감정이 점점 사라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이 회복되었다고 해야 할까. 덕분에 집중력도 조금씩 돌아왔다. 예전에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자꾸 휴대폰을 확인하게 되어 흐름이 끊겼다면, 이제는 한 번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 한 시간이 내 뇌의 과열을 식혀주는 일종의 ‘정화 시간’이 된 것이다.
디지털과 거리 두기, 작지만 확실한 변화
‘디지털 무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가장 작지만 확실한 변화는 내가 더 이상 스마트폰을 일상 속 중심축처럼 대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심심하면 습관처럼 휴대폰을 꺼냈고 무의식적으로 SNS를 켜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제는 문득 한가한 시간이 생기면 꼭 기기를 집지 않게 되었다. 그 시간에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고, 가볍게 산책을 나서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어떤 날은 그냥 ‘생각하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기도 한다. 하루 한 시간, 디지털로부터 자유한 시간을 갖기 시작하면서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이 시간이 내게 의식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아줬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내가 디지털을 사용한 게 아니라 디지털이 나를 사용한 것 같았다. 이제는 내가 선택해서 사용하는 시간과, 과감히 내려놓는 시간이 구분되면서 일상에도 경계와 리듬이 생겼다.